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딴짓기록/기록

오늘, 나는야 우렁이각시_뼈해장국, 시원한 콩나물국

by 휘렌 2020. 4. 20.

시어머님이 갑자기 입원을 하게 되셨어요.

 

워낙에 성품이 호탕하고 배려심이 많으신 터라,

제가 먼저 전화하지 않았다면 아무것도 몰랐을 뻔 했죠.

 

참, 사람 마음이란게, 이상하죠?

 

바라지 않으시니 더 드리고 싶단 말이죠..

 

아버님하고 도련님하고 남자 둘이서 어떻게 먹고 사나 싶어서 걱정이던 차에

어머님께 조언을 받아서 몇가지 반찬과 국을 끓여 배달하기로 했어요.

 

시장에서 등뼈 1.5키로 사다가,

우리 신랑 먹을거랑 시아버님, 도련님 드실거랑 끓였더니,

양이 딱 맞아 떨어졌어요.

 

겨울동안 저장해뒀던 무가 시장에 나왔길레,

무생채 한통, 오이랑 달래 넣고 초고추장에 양념했더니 맛있는 오이무침이 됐어요.

 

문제는 동그랑땡..

 

맞아요..

드리고 싶은 마음에 욕심을 부린거죠.. ;;

 

안심 갈아서 당근, 양파, 울 엄마가 키워서 보내준 쪽파, 울 엄마가 사서 보내준 표고 등등

야채 듬뿍 넣고 동그랑땡 양념하고 부쳤더니...

 

한시간 반이 흘렀어요.. ㅎㅎ

 

그동안 등뼈는 피물 잘 빠지게 찬물에 넣고 여러번 물을 갈아줬죠.

 

 

울 엄마가 잘 말려준 시레기를 삶아서 얼려줬던 덕에,

비쥬얼만큼은 괜찮은 감자탕 완성.

 

반찬에 뜨거운 국냄비까지 차에 싣고 

저녁식사 시간 맞춰서 부랴부랴 출발했는데,

 

아이고.. 아버님은 밖에서 일을 보고 계셨네요 ;;

 

냉장고에 반찬 넣어두고 국까지 올려놓고 가려던 차,

시댁에 오면 끓여두고 가려 했던 콩나물을 잊을뻔 했어요.

 

 

 

콩나물 잘 씻어서 굵은 소금 넣고 한소끔 끓여냈어요.

(나물이나 국은 굵은 소금으로 1차 간을 하는게 깔끔해요.)

 

그다음, 

간마늘 반스푼(너무 많이넣으면 마늘 냄새에 코가 ㅠㅠ) 대파 약간, 

개운하고 매콤하게 드시라고 청양고추 2개 채썰기(반 갈라서 꼭 씨는 빼주세요.깔끔하게 끓일수 있어요.)

 

가스렌지 위에,

감자탕, 콩나물국까지 끓이고 나니,

 

오....

우렁이각시가 된 느낌...^^

 

내가 가고 나면, 

도련님과 아버님이 푸짐한 반찬과 국냄비를 보고 좋아하시겠지.. 라며..

 

문 닫고 돌아서는 길에 저도 모르게 

흐흣.. 므흣한 웃음을 짓게 되더라구요. ^^

 

 

 

집에 도착해서 며칠전에 울 엄마 밭에서 따온 배추랑 함께 이사온

달팽이가 주차장 화단에 잘 있나 가보았어요.

 

마침, 오늘 비도 왔잖아요. ^^

 

.

.

.

 생사 확인 불가..

 

달팽이야 잘 있니? ㅠㅠ

남편이 키우자고 할때 화분에 놔줄껄 그랬나.. ㅠㅠ

 

초토화된 우리집 청소는 언제 하나 했더니,

센스 있는 남편이 퇴근후에 싸~악 정리 해뒀더라구요.

 

이런게 가족인것 같아요.

 

저희가 결혼하기 전에 약속한게 있었거든요.

좋은 일은 다 당신 덕분, 잘못한 일은 다 내 탓.

 

양쪽 가족에게 서로가 더욱 빛날 수 있도록 해주는 거였어요.

 

그 덕분에, 

저도 시부모님께 뭔가 해드릴때마다, 

남편이 이렇게 고마워해주는 마음 씀씀이가 너무 고맙고 

그러다보니 또 더 잘하고 싶고 

그렇게 선순환이 되는 것 같아요.

 

약간은 쌀쌀한 요즘,

매콤하고 깔끔한 콩나물국 한그릇 어떠세요?

 

이왕이면 가족들과 모두 함께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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